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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정시에 도착하고 정시에 떠난다. 아무도 소리 내지 않고, 휴대폰을 쳐다본다. 이 정적 속에서 한 아이가 운다. 순간 수십 개의 시선이 한 방향으로 모이고, 아이를 안은 사람은 황급히 다음 역에서 내린다. 내려야 할 역이 아닌데도. 쾌적함은 그렇게 조용히, 누군가를 밀어낸 자리 위에 세워진다. 구마시로 도루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는 그를 이력으로 소개하고 싶지 않아졌다. 그는 사회현상을 의학의 언어로 옮기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자칫 개인의 증상처럼 보이지만, 그것들은 결국 사회의 구조에 닿는다. 저자의 질문은 단순하다. 이상한 사람이 정말로 많아진 걸까, 아니면 우리가 타인을 이상하게 여기는 문턱을 계속 낮춰온 걸까. 쓰레기 없는 거리, 무음 무취의 공간, 친절하고 빠른 서비스, 얌전한 아이와 단정한 어른. 모바일 바다이야기꽁머니 인류 역사상 가장 청결하고 안전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를 우리는 실제로 만들어냈다. 쾌적함의 기준선이 올라간 만큼 불쾌의 감각도 예민해졌다. 노 키즈 존과 노 시니어 존이 늘어나고, 건강은 관리해야 할 의무가 됐다. 울음을 참지 못하는 아이, 아픈 노인들은 그 사실 자체로 불쾌함의 대상이 된다. 가부장제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문명이 발전하는 일은 분명한 진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자유’로워졌을까. 저자는 육아를 예로 든다. 아이들의 행동은 지나치게 표백되고, 아이들 사이의 다툼은 학교폭력이란 이름으로 금지된다. 과거와 달리 아이가 잘못하면 경찰을 부른다. 질서는 그만큼 고도화됐다. 대신 그 질서를 감당하는 비용과 위험은 부모가 오롯이 떠안는다. 신천지주소 조금만 어긋나도 그릇된 양육 방식을 고수하는, 부적격 부모라는 낙인이 찍힌다. 예전에는 마을 공동체가 나눠 지던 몫이었다. 가족과 지역의 속박에서 놓여난 대가로 우리는 현대 육아의 이상향에 새로 결박됐다. 여기에 경제적 속박까지 겹친다.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은 그래서 .. 더 어려워진다. 청결의 대가를 먼저 치르는 사람들도 있다. 깨끗한 도시는 노숙인이 머물 자리를 하나씩 지운다. 청결함은 애초부터 불평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씻을 곳과 갈아입을 옷, 정돈된 차림은 모두 돈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쾌적한 사회에서 가난은 불결로 번역되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을 지우기 위해 애써야 한다. 이렇게 하지 못한 사람들은 투명 인간이 됐다. 비주류는 그렇게 도시에서 사라진다. 일본 이야기다. 그런데 동시에 서울을 읽고 있다는 감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쾌적함’이 우리가 바라던 살기 좋은 도시일까.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h2>